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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들녘에서 배우는 믿음의 열매”

최고관리자 기자
작성일 2026-10-2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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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들녘은 참 아름답습니다. 여름 내내 푸르던 벼가 황금빛으로 익어 가고, 바람이 불면 고개 숙인 이삭들이 잔잔히 흔들립니다. 땀 흘려도 달라지는 것이 없어 보일 때가 있지만,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 하나님께서 자라게 하신 작은 열매들이 보입니다.

이 가을에 저는 사사 시대의 기드온을 떠올립니다. 당시 이스라엘은 7년 동안 미디안의 압제를 받았습니다. 애써 기른 곡식도 빼앗기고, 사람들은 두려움 속에 살아야 했습니다. 기드온 역시 적의 눈을 피해 밀을 타작하던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용감한 장수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런 그를 하나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기드온의 부족함보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서 그와 함께하시겠다는 약속이었습니다. 그는 바알의 제단을 헐고 이스라엘 백성을 불러 모았습니다. 나팔 소리에 3만 2천 명이 모였으니, 오랜 압제에 시달린 백성에게는 큰 희망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군사가 너무 많다고 하셨습니다.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돌려보내자 2만 2천 명이 떠났고, 다시 물가에서 구별한 뒤에는 300명만 남았습니다. 사람의 계산으로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이스라엘이 승리한 뒤 자기 힘을 자랑하지 않도록 하신 것입니다.

그때 하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이 삼백 명으로 너희를 구원하며 미디안을 네 손에 넘겨 주리니”(사사기 7장 7절).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300명이라는 숫자가 아니라 구원을 약속하신 하나님이십니다. 군사들이 뛰어났기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그들을 통해 역사하셨기에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도 눈에 보이는 숫자가 줄어들면 위축되곤 합니다. 그러나 기드온의 이야기는 계산을 뛰어넘는 ‘하나님의 동행’을 일깨웁니다. 물론 삶의 고난을 성급히 해석할 수는 없지만, 하나님은 두려워하는 기드온을 거듭 붙들어 주셨습니다. 믿음은 아프지 않은 척하는 것이 아니라, 아픔 속에서도 하나님께 나아가는 것입니다.

가을의 열매는 크기만으로 평가하지 않습니다. 작은 사과에도 향기가 있고, 한 줌의 곡식에도 농부의 수고가 담겨 있습니다. 신앙의 열매 역시 화려한 성공만은 아닙니다. 가족에게 먼저 건네는 사과, 힘든 이웃을 위한 한 끼의 식사, 포기하지 않는 기도가 소중한 열매가 됩니다.

기드온은 미디안을 물리친 후 평안을 누렸지만, 말년에 금 에봇이 백성에게 올무가 되는 실패를 남겼습니다. 믿음은 시작만큼 마지막이 중요합니다. 열매를 거둔 뒤에도 그 열매를 자기 자랑으로 삼지 않는 겸손이 필요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 우리를 죄와 죽음에서 구원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소망은 강한 척하는 자신이 아니라 끝까지 사랑하시는 주님께 있습니다. 때로 작은 성취밖에 보이지 않아도 그리스도의 은혜는 작아지지 않습니다.

이제 올가을 우리의 삶에 어떤 열매를 남길지 생각해 봅니다. 내가 먼저 작은 섬김과 화해를 건네며, 맡겨진 자리에서 사랑과 기도의 씨앗을 다시 뿌리는 부르심의 삶을 살기를 원합니다. 

우리 가정과 교회에 감사와 사랑의 열매가 맺히기를 소망합니다. 영광은 언제나 하나님께 있습니다. 아멘.


우상용 목사
 ·한영제일교회 담임
·예장한영 총회장
·본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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