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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식 원장, 반도체 호황을 '글로벌 가치사슬 대전환' 렌즈로 재해석

노형석 기자
작성일 2026-06-03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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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이 최근 한국 경제의 핵심 동력으로 부상한 반도체 호황을 '글로벌 가치사슬(GVC)의 대전환'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분석했다. 장 원장은 반도체가 단순한 부품을 넘어 AI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전력망을 아우르는 거대 인프라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했으며, 특히 AI 패러다임의 확장으로 고성능 메모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이 설계 강국 미국, 파운드리 강국 대만, 소재·장비 강국 일본 사이에서 고성능 메모리와 양산 능력이라는 강점을 바탕으로 공급망의 전략적 결절점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장 원장은 최근 반도체 수출 증가가 5월까지 153%에 달하며 전체 수출 증가를 견인했고, 이는 1분기 GDP 성장률 반등에도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반도체 호황은 단순히 수출 증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장 원장은 강조했다. 첫째, 거시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한다. 중동발 유가 충격 속에서도 무역흑자 확대를 통해 에너지 수급 및 외환시장 불안을 완충하고 대외 신인도를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둘째, 경제안보의 지렛대가 된다. 외교의 언어가 된 관세, 수출 통제, 보조금 시대에 한국의 전략적 불가결성은 협상력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셋째, 미래 산업의 공통 기반을 제공한다. 로봇, 자율주행, 방산, 스마트공장 등 미래 산업은 모두 고성능 칩 위에서 작동하며 제조업 전반의 생산성을 좌우한다. 넷째, 국내 생태계를 재결속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팹 건설은 관련 장비, 소재, 부품, 패키징 산업의 동반 투자를 유발하며, 한국의 폭넓은 제조 포트폴리오와 결합해 산업 구조 고도화를 촉진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장 원장은 현재의 호황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최근 반도체 수출 증가는 가격이 두 배 이상 오른 '칩플레이션'에 상당 부분 기대고 있으며, AI 수요가 구조적으로 강해도 반도체 사이클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빅테크의 투자 속도 조절이나 가격 상승세 둔화 시 온기가 빠르게 식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또한 대만과 중국의 움직임도 주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만은 TSMC를 중심으로 촘촘한 생태계를 구축해 회복 탄력성을 높였고, 중국은 창신메모리(CXMT)와 양쯔메모리(YMTC)의 성장을 발판으로 추격 속도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이 고부가 HBM과 차세대 D램에 집중하는 사이, 중국은 내수와 보조금을 무기로 레거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으며, 이는 오히려 중국 메모리 굴기와 장비 국산화를 가속화할 연료가 될 수 있다고 냉철한 분석을 내놓았다.

이에 장 원장은 경쟁의 다음 자리를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각국이 자국 중심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한국이 모든 분야를 국내에 갖추려는 방식은 비현실적이며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대만식 생태계를 그대로 따르기보다 한국이 강점을 가진 고성능 메모리와 양산 능력을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한국 기업이 글로벌 빅테크의 AI 칩 설계 초기 단계부터 참여하고, 메모리, 패키징, 서버, 전력 효율을 아우르는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며 필수 협력 파트너가 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정부 역할에 대해서도 장 원장은 자금 지원이나 세제 혜택을 넘어선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지난 3월 부처별로 흩어진 전략기술을 19개 공통 분야로 묶은 것은 의미 있는 출발점이지만, 이제는 이러한 개편이 실제 투자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입장에서 전력, 용수, 인허가, 세제, 금융, 기술보호 등을 한 창구에서 파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소부장 기업에는 실제 공정에서 성능을 검증할 시험 무대와 수요 기업과의 공동 개발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 원장은 오늘 반도체로 벌어들인 수익을 미래 인재 양성, 시스템 반도체, AI 인프라에 재투자해야 한국 제조업 전반의 도약과 세계 공급망의 핵심 연결축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연세대 경제학과와 KDI대학원(MBA)을 거쳐 건국대에서 무역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2년 한국무역협회에 입사하여 30년 이상 수출입 동향 분석과 글로벌 통상 전략 수립을 주도해온 무역 전문가로, 현재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으로서 급변하는 대외 환경 속에서 한국 기업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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