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는 끝이 아니라 회복의 시작입니다”
박효숙 박사, 신간 《안전한 분노》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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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상담 분야에서 20년 이상 분노 연구를 이어온 박효숙 박사가 신간 《안전한 분노》를 출간했다. 박효숙 박사는 지난 7월 23일 사단법인 세계한국인기독교총연합회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책의 의의와 실천 방안을 설명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목회자이자 청암크리스챤아카데미 분노치료연구소장인 박효숙 박사는 “이 책은 처음부터 누군가를 살리겠다는 거창한 사명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었다”며 “먼저 제가 살아야 했습니다”라고 밝혔다. 박 박사는 “분노를 다루지 않으면 신앙도, 관계도, 저 자신도 온전히 설 수 없을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안전한 분노》는 분노를 단순히 없애야 할 부정적인 감정으로 보지 않는다. 박효숙 박사는 분노를 인간 내면의 깊은 신호로 이해하며, 그 아래에 있는 상처받은 마음, 존중받고 싶은 마음, 사랑받고 싶은 갈망, 두려움과 수치심을 섬세하게 살핀다.
박효숙 박사는 “사람들은 단순히 화가 많은 것이 아니었다”며 “그 분노 뒤에는 오래된 상처가 있었고, 억울함이 있었고, 두려움이 있었고, 사랑받고 존중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박사는 자신이 분노를 이해하는 과정 속에서 살아났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펴내게 되었다고 전했다.
박효숙 박사가 제시하는 ‘안전한 분노’는 일반적인 분노조절, 참기, 화 줄이기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기존의 분노조절이 화를 참거나 내지 않으려는 시도라면, 안전한 분노는 감정을 인식하되 행동을 선택하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분노조절이라고 하면 화를 참거나, 화를 내지 않거나, 감정을 줄이는 것을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가 말하는 ‘안전한 분노’는 분노를 없애거나 억누르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박효숙 박사는 설명했다.
안전한 분노는 먼저 ‘내가 지금 화가 나 있구나’ 하고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데서 시작한다. 그다음 그 분노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를 살펴본다. 서운함인지, 억울함인지, 무시당한 느낌인지, 두려움인지, 상처인지 알아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박효숙 박사는 구체적인 예를 들었다. “‘당신 때문에 내가 화났잖아요’라고 말하면 상대는 비난받는다고 느끼고 방어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었을 때 저는 무시당한 것처럼 느껴져서 많이 속상했습니다’라고 말하면, 내 감정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상대를 공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박효숙 박사는 “분노를 느끼지 않는 것이 성숙이 아니라, 분노를 느끼면서도 그것에 압도되지 않고 어떻게 표현할지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성숙”이라고 정의했다. 이는 감정을 없애는 능력이 아니라 감정을 다룰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능력이며, 바로 그 공간에서 안전한 분노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박효숙 박사는 분노를 억누르는 사람과 폭발시키는 사람이 겉으로는 매우 다르지만, 밑바닥에는 공통적으로 말해지지 못한 상처와 욕구가 있다고 지적했다.

분노를 억누르는 사람은 관계가 깨질까 봐, 좋은 사람으로 보여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혹은 화를 내면 나쁜 사람이라는 죄책감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계속 안으로 밀어 넣는다. 겉으로는 평온하고 성숙해 보일 수 있지만, 억눌린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우울감, 무기력, 신체적 증상, 불면, 자기비난, 이유 없는 짜증으로 나타날 수 있다. 관계 안에서도 친밀감이 점점 줄어들어 결국 정서적으로 멀어지기도 한다.
반대로 분노를 폭발시키는 사람은 순간적으로는 답답한 마음을 표현했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언어적 공격, 비난, 모욕, 위협으로 감정을 쏟아내면 상대에게 두려움과 상처를 남긴다. 폭발이 지나간 뒤에는 죄책감과 후회가 찾아오지만, 비슷한 상황이 되면 다시 같은 반응을 반복하기 쉽다. 관계에서도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이 눈치를 보게 되고, 안전하게 말하지 못하며, 결국 정서적 거리를 두게 된다.
박효숙 박사는 “억압은 ‘겉으로는 평온하지만 안에서 무너지는 방식’이고, 폭발은 ‘밖으로 쏟아내면서 관계를 무너뜨리는 방식’”이라며 “두 사람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같습니다. 그 감정 아래의 상처와 욕구를 이해하고, 상대를 해치지 않으면서 자신의 마음을 책임 있게 표현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독교적 관점에서 박효숙 박사는 분노 자체를 죄로 보지 않는다. “저는 분노라는 감정 자체를 곧바로 죄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분노는 때로 내 안의 상처와 부당함, 경계의 무너짐을 알려 주는 중요한 신호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박효숙 박사는 설명했다.
몸에 통증이 생기면 몸 어딘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듯이, 분노도 마음과 관계 안에서 무엇인가 잘못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누군가가 자신을 반복해서 무시했거나, 존엄성이 침해되었거나, 사랑과 존중에 대한 깊은 욕구가 좌절되었을 때 분노가 올라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본다.
그러나 박효숙 박사는 분노가 신호라고 해서 분노로 행하는 모든 행동이 정당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분노를 이유로 상대를 모욕하거나, 폭력을 사용하거나, 보복하고 관계를 파괴한다면 그것은 분노를 책임 있게 다룬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박효숙 박사는 “분노를 느끼는 것과 분노로 죄를 짓는 것은 다릅니다”라고 단호히 말했다. 분노가 올라왔을 때 ‘나는 왜 화가 났는가’, ‘무엇이 상처받았는가’, ‘어떤 경계가 무너졌는가’를 하나님 앞에서 정직하게 살펴봐야 하며, 그 감정을 상대를 해치는 언어가 아니라 진실과 사랑의 언어로 바꾸어 표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효숙 박사는 “신앙은 감정을 억누르는 힘이 아니라, 감정을 하나님 앞에 가져가 해석하고 변화시키는 은혜라고 생각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박 박사는 “‘하나님, 저는 지금 화가 납니다. 많이 억울하고 상처받았습니다’라고 솔직하게 기도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분노와 두려움, 슬픔을 숨기지 않을 때 신앙은 억압의 자리가 아니라 자유와 회복의 자리가 된다”고 설명했다.
박효숙 박사는 결론적으로 “분노는 우리를 파괴하라고 주어진 허가증이 아니라, 내 마음과 관계를 돌아보라는 신호입니다. 그 신호를 기도와 성찰, 책임 있는 표현으로 다룰 때 분노는 죄의 통로가 아니라 치유와 성숙의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박효숙 박사는 이 책이 개인의 감정 이해를 넘어 공동체 안에서의 실천을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가정에서는 부부가 갈등할 때 서로를 비난하기보다 자신의 감정을 말하는 연습에 활용할 수 있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도 부모가 자녀의 분노를 단순히 버릇없음이나 반항으로만 판단하기보다 그 감정 뒤의 속상함과 두려움을 물어볼 수 있다.
교회에서는 분노를 무조건 죄책감 속에 억누르게 하기보다, 성도들이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정직하게 바라보고 표현하도록 돕는 소그룹 교재나 상담 자료로 사용할 수 있다. 직장과 학교에서는 갈등이 생겼을 때 누가 옳고 그른지만 따지기보다, 서로 어떤 감정을 경험했고 어떤 경계가 침해되었는지 대화하는 감정 교육과 갈등 조정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박효숙 박사는 “《안전한 분노》는 갈등이 없는 공동체를 만드는 책이 아니라, 갈등이 생겼을 때 서로를 해치지 않고 마음을 말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책”이라고 강조했다. 박 박사는 “분노를 안전하게 다루는 한 사람의 변화가 가정을 살리고, 교회를 살리고, 공동체의 문화를 바꿀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효숙 박사가 독자들에게 오늘부터 실천하기를 권하는 첫걸음은 분노가 올라오는 순간 잠깐 멈추는 것이다. “분노는 아주 빠르게 올라옵니다. 감정이 올라오는 순간 바로 말하거나 행동하면, 우리는 대부분 익숙한 방식으로 반응하게 됩니다”라고 박효숙 박사는 설명했다.
이 멈춤은 화를 참기 위한 것이 아니다. 지금 내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아차리기 위한 시간이다. 잠시 말을 멈추고, 깊게 숨을 쉬고, 물 한 잔을 마시거나, 필요하다면 잠깐 그 자리를 벗어나는 것이다.
그다음 자신에게 이렇게 물어봐야 한다고 박효숙 박사는 제시했다. “나는 지금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 “이 분노 뒤에는 어떤 마음이 있는가?”
화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그 아래에는 서운함이나 억울함, 거절당한 느낌, 두려움, 외로움, 존중받고 싶은 마음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곧바로 “당신은 왜 늘 나를 무시해요?”라고 말하기보다 잠깐 멈춘 뒤, “그 말을 들었을 때 저는 존중받지 못한 것처럼 느껴져서 많이 속상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박효숙 박사는 “이 짧은 멈춤이 자동적인 반응을 책임 있는 선택으로 바꾸어 줍니다”라며 “분노와 행동 사이의 짧은 멈춤이, 상처를 반복할 것인지 새로운 선택을 할 것인지를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박효숙 박사는 향후 이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다양한 형태의 교육과 치유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갈 계획을 밝혔다. 소그룹 독서 모임과 워크숍, 부부와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 교회 지도자를 위한 세미나 등을 통해 사역을 확대하려고 한다.
특히 목회자와 사모를 위한 세미나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돌보지 못한 채 다른 사람을 돌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효숙 박사는 “이분들이 먼저 자신의 마음을 안전하게 돌보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성도들을 더 깊이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 저에게는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안전한 분노》를 바탕으로 상담 프로그램과 지도자 훈련 과정을 체계화하고, 개인의 분노 이해에서 시작하여 부부와 가족의 관계 회복, 교회와 공동체의 건강한 감정 문화로 이어지는 통합적 모델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박효숙 박사는 “저는 《안전한 분노》가 한 번 읽고 책장에 꽂아 두는 책이 아니라, 실제 삶에서 연습하고 관계 안에서 살아내는 책이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박효숙 박사는 국문학 학부 전공 후 서울신학대학교에서 가족치료 석사 학위를 받았다. 뉴욕신학교(New York Theological Seminary)에서 목회상담으로 목회학 박사(D.Min)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캘리포니아 소재 데이브레이크 대학교(Daybreak University)에서 결혼과 가족치료(MFT) 전공 석사를 마쳤다. 동 대학원 상담학 박사 과정에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박효숙 박사는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목회자로서 미주감리교 기관인 청암크리스챤아카데미 분노치료연구소장으로 섬기며, 목회자와 사모들을 위한 상담과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분노, 수치심, 애착, 관계 회복, 내면아이, 부부와 가족의 역동을 중심으로 상담과 연구를 이어가고 있으며, 상담 현장과 목회 현장을 연결하는 통합적 접근을 통해 건강한 감정 이해와 관계 회복을 돕는 사역을 펼치고 있다.
《안전한 분노》는 박효숙 박사의 오랜 상담 경험과 목회적 성찰, 학문적 연구가 통합된 결과물로, 상담학, 신경과학, 가족체계 이론, 그리고 신앙의 관점을 통합하여 분노를 새롭게 이해하려는 시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