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빈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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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리 내외는 포항 <영일대>에서 하룻밤 묵었다. <영일대>라는 호텔은 청와대와 청남대와 엇비슷하게 대통령이 쉬었던 곳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이 영일대는 포항제철과 궤를 같이한다. 경제 대통령 박정희의 꿈이 서린 포항제철은 허허벌판의 모래 바닥에 철강 왕국의 기초를 놓은 것이다. 박 대통령은 5·16 혁명을 통해 5천 년간의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서 <우리도 한번 잘살아보자!>라는 슬로건으로 <새마을 운동>을 일으켜 전 국민을 하나로 묶고, 게으르고 나태했던 우리 민족을 깊은 잠에서 깨어나게 했다. 필자는 후일 <새마을 교육 지도자 반>을 수료했었다. 당시 우리 조에는 장관, 장군, 기업체 장, 총장 등이 피교육자가 되어 새마을 교육을 받고 있었다. 일주일간의 교육은 흡사 교회 부흥회 프로그램과 엇비슷했다. 새마을 운동의 정신적 지주는 가나안 농군학교를 설립한 김용기 장로와 건국대학교 부총장을 지냈던 류태영 교수였다.
필자가 목격한 새마을 운동 지도자 반 수강생들은 자신의 경력을 내려놓고 조국 근대화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교회 부흥회 마지막 시간처럼, 김준 원장의 강의는 부흥사와 같았다. 그는 종교적인 언급 없이도 모두가 '조국 대한민국을 새롭게 하겠다'는 각오로 뜨거운 마음을 가졌다. 조의 CEO와 장군들은 과거를 반성하고 조국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결심으로 가득했다. 박 대통령은 새마을 운동을 점검하고 현장 지도를 하며 국민들을 일깨웠다.
박정희 대통령은 검소함을 실천하며 국민 계몽에 힘썼고, 그의 시해 당시 담당 의사는 그의 낡은 벨트를 보고 평민으로 착각했다고 한다. 최근 육영수 여사의 가계부가 발견되어 주부들이 놀라워하고 있다. 그의 가계부는 절약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8·15 기념식에서 영부인이 암살당했을 때, 그 슬픔은 컸다. 네덜란드 유학 중, 한 신문은 박정희 대통령의 부인을 박순천 의원으로 잘못 소개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이 사건 이후로 나는 언론을 믿지 않게 되었다. 현재도 가짜 뉴스가 만연하다.<영일대>를 좀 더 말해야겠다. 박정희 대통령은 천재였다. 그냥 천재가 아니라 웅대한 비전을 가진 천재였다. 그는 자유대한민국이 세계에 우뚝 솟으려면 <철강 왕국>이 되어야 한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러나 한국은 워낙 자본이 없는 데다, 아무도 한국을 도와주려는 나라가 없었고, 돈을 빌려줄 나라도 없었다. 그때 박정희 대통령은 <한국의 철강왕> 박태준을 불러 1970년 한낱 모래사장에 불과했던 영일만에 제철소를 건설했다. 당시 사람들은 그를 향해 ‘밥도 못 먹는 나라가 무슨 제철소냐!’라고 비웃었다. 하기야 당시 우리나라는 자본도, 기술도 없는 세계에서 제일 가난한 나라였다. 그러니 모두가 ‘철강은 불가능하다!’는 것에 결론짓고 있었다.
그러나 박정희 대통령과 박태준은 오늘의 <영일대> 자리에 포항제철소(현 포스코) 숙소를 짓고, 세계 정상의 제철 기술자와 설계자를 모아 이곳에서 숙식하도록 했다. 국빈 방문 시에는 영빈관으로도 사용되었다. 이것이 <영일대>이다. 물론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가 여러 번 영일대에 유숙하면서 박태준 회장을 위로, 격려, 칭찬하면서 작전회의를 하고, 지휘하던 장소였다.
그래서 영일대는 천혜의 자연 경관과 아름다운 영일대 호수와 정원을 품고 있었다. 우리 내외는 아들과 며느리가 예약한 방이 마침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가 묵었던 312호실에서 하룻밤을 지냈었다. 필자는 조국 근대화를 마침내 이루어 내신 박정희 대통령, 그리고 대통령의 명을 받들어 대업을 이룩한 박태준 회장을 기억하고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박태준 회장은 당대 최고의 가속기 물리학자인 김호길 박사의 청을 들어 포항공과대학교, 곧 POSTECH을 세워 세계 일류 대학으로 만들어 놓았다.
박태준 회장은 3선 국회의원도 하고 국무총리를 했었지만, 말년에 그는 모든 재산을 국가에 바치고, 전셋집에 살다가 주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그 대통령에 그 회장이었다. 최근에 어느 대통령은 청와대 기물을 모두 자기 개인 사저로 옮기고, 아방궁을 지어놓고 혈세를 뽑아 먹고 있다. 또 어느 대통령은 자유대한민국의 지도자로 자격 미달인데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탈권을 했다는 말도 돌고 있다.
이 어수선한 시기에 <아름다운 빈손!> <박정희 대통령>과 <철강왕 박태준 회장>이 떠오른다.
정성구 박사
총신대학교 총장 역임
대신대학교 총장 역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