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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돌을 세우고, 길갈에서 나라를 새롭게 하자

월드미션신문 기자
작성일 2026-06-04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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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이 짙어가는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자유와 평화라는 이름 아래 스러져간 수많은 영혼을 기억하고, 오늘의 대한민국이 서 있는 역사의 토대를 되새기는 시간이다. 이러한 때에 한국교회연합 천환 대표회장이 ‘영적 길갈’로 나아가 교회와 나라를 새롭게 하자는 메시지를 전한 것은, 망각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지는 시의적절하고도 묵직한 울림이다.

성경에서 길갈은 단순한 지명이 아니다. 그곳은 기억과 언약이 교차하는 거룩한 장소다. 여호수아의 인도 아래 요단강을 건넌 이스라엘 백성이 가장 먼저 한 일은, 강바닥에서 가져온 열두 개의 돌을 길갈에 세워 기념비를 삼은 것이었다. 이는 하나님의 기적적인 구원 역사를 후대에 전하고, 자신들이 누구이며 어디로부터 왔는지를 잊지 않기 위한 신앙적 결단이었다. 길갈은 이스라엘의 정체성이 시작된 곳이자, 언약을 갱신하는 회복의 땅이었다.

오늘 우리가 딛고 선 이 땅 역시 수많은 순국선열과 신앙 선조들의 피와 땀, 눈물이 스며든 영적 길갈과 같다. 그들의 희생이라는 보이지 않는 주춧돌 위에 우리는 자유를 누리고 교회를 세웠다. 그러나 풍요의 이면에 자리한 망각의 그림자는 너무나 짙다. 역사의 뿌리를 잊은 나무가 쉬이 썩어가듯, 은혜의 근원을 망각한 공동체는 세속의 풍파에 속절없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제2차 세계대전 패망 후, 독일이 걸어온 길은 우리에게 깊은 영감을 준다. 그들은 ‘과거사 극복(Vergangenheitsbewältigung)’이라는 처절한 자기성찰의 과정을 거쳤다. 나치의 부끄러운 역사를 감추거나 미화하지 않고, 오히려 베를린 도심 한복판에 홀로코스트 추모비를 세워 자신들의 과오를 영원히 기억하고자 했다. 그들은 과거를 정직하게 직시하는 용기 위에서 비로소 새로운 독일을 건설할 수 있었다. 이는 역사의 폐허 위에 기억의 돌을 세워 미래를 연 국가적 길갈의 장엄한 모범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선지자 사무엘의 외침을 들어야 한다. 암몬과의 전투에서 큰 승리를 거둔 이스라엘 백성을 향해 그는 이렇게 선포했다. “사무엘이 백성에게 이르되 오라 우리가 길갈로 가서 나라를 새롭게 하자 하니라” (사무엘상 11:14). 승리에 도취하여 교만해질 것이 아니라, 첫 언약의 장소인 길갈로 돌아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나라의 기틀을 바로 세우라는 준엄한 명령이었다. 진정한 갱신은 승리의 환호 속이 아니라, 초심을 기억하는 겸손한 순종에서 시작된다.

이제 한국교회와 우리 사회는 우리만의 ‘영적 길갈’을 찾아 그곳에 기억의 돌을 세워야 한다.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헌신을 기억하고,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교회를 지켜낸 신앙 선배들의 눈물의 기도를 기억해야 한다. 이는 과거에 얽매이는 퇴행이 아니라, 기억을 통해 현재를 성찰하고 미래를 향한 거룩한 동력을 얻는 성숙의 과정이다. 그 기억의 돌 위에서, 우리는 비로소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나라,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거룩한 교회로 새롭게 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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