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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최고관리자 기자
작성일 2026-08-3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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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이후 79년이 흘렀다. 해마다 8월 15일이 오면 우리는 해방을 기념하지만, 동시에 이 땅의 교회가 역사 속에서 무엇을 했는지, 그리고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깊이 성찰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민족과 함께 많은 것을 이루었으나, 동시에 사회에 갚아야 할 빚도 많이 남아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역사를 돌아보면 일제강점기 한국교회는 양면적이었다. 신사참배를 거부하며 순교의 길을 걸었던 선배들이 있었던 반면, 일제의 압박 앞에 타협했던 부끄러운 역사도 있다. 광복 이후 교회는 영적 부흥과 함께 사회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교육, 의료, 자선사업을 통해 근대화의 동력이 되었고, 민주화 운동 속에서도 사회 정의를 추구하는 선지자적 목소리를 냈다. 그 헌신과 희생에 대해서는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려야 마땅하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교회가 사회 속에서 본질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세속화와 물질주의, 개교회 이기주의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신학적으로 보면 초대교회의 영혼 구원과 사회 정의가 통합된 선교 정신은 희미해졌다. 예수님은 “나그네를 접대하라, 병자를 돌보라, 옥에 있는 자를 방문하라”고 명하셨다. 이는 영적 신앙과 구체적인 사랑의 실천이 결코 분리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가르침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빈부 격차, 청년 실업, 고독사, 이주민 차별 등 수많은 아픔에 직면해 있다. 교회는 이러한 고통 앞에서 침묵할 수 없다.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진 모든 사람의 존엄성을 믿는다. 이것은 개인 구원을 넘어 사회 구조 속에서 억눌린 자들의 해방을 추구해야 함을 의미한다. 마르틴 루터가 강조한 ‘만인 사제’의 정신처럼, 신앙인은 각자의 삶의 현장에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일꾼이 되어야 한다.

한국교회가 해야 할 일은 먼저 가난하고 약한 자들에 대한 ‘선택적 우호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는 이념적 평등이 아닌 하나님 나라의 가치관에 기초한 선택이다. 교회는 이익이 되지 않는 곳이라도 기꺼이 나아가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불의한 구조에 저항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 또한, 다음 세대를 위해 신앙 교육뿐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과 사회 정의를 아우르는 균형 잡힌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나아가 개교회의 울타리를 넘어 일치와 연대의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 교단과 교파를 초월해 공동의 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모을 때 교회의 영향력은 회복될 것이다. 무엇보다 투명성과 윤리성의 강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너희가 행하는 모든 일을 사랑으로 하라”는 말씀처럼, 내적 영성과 외적 윤리의 일치가 절실한 시점이다.

광복절은 단순한 기념일을 넘어 우리의 소명을 묻는 날이다. 한국교회가 진 빚은 이 시대의 소외된 이들을 향한 책임이다. 영적 신앙과 사회 정의가 하나로 통합될 때, 광복의 의미는 역사 속에서 온전히 살아날 것이다. 이제 한국교회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되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가야 한다. 그럴 때 우리는 과거의 자산을 살리며 미래의 희망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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