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기억과 세상의 아픔을 품는 교회 > 사설 > 월드미션신문

팝업레이어 알림

팝업레이어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

HOME  >  오피니언  >  사설

역사의 기억과 세상의 아픔을 품는 교회

월드미션신문 기자
작성일 2026-07-28 08:10

본문

최근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임원회를 통해 광복절 기념 예배와 베네수엘라 구호 활동이라는 두 가지 주요 안건을 의결했다. 이는 언뜻 별개의 사안처럼 보이지만, 실은 동전의 양면처럼 연결된 교회의 본질적 사명을 드러내는 중요한 결정이다. 하나는 우리가 발 딛고 선 이 땅의 과거를 기억하고 민족의 미래를 위해 기도하는 역사적 책임이며, 다른 하나는 국경을 넘어 고통받는 이웃의 신음에 응답하는 보편적 사랑의 실천이다.

교회는 역사의 거울 앞에 정직하게 서야 할 책무가 있다. 광복절을 기념하는 것은 단순히 지나간 과거를 회상하는 연례행사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하나님의 섭리가 굽이치는 역사의 강물 속에서 우리 민족을 어떻게 인도하셨는지 되새기고, 자유라는 선물이 얼마나 많은 희생의 피 위에 세워졌는지를 기억하는 신앙적 행위다. 18세기 영국, 당대 최고의 지성이자 정치가였던 윌리엄 윌버포스는 안락한 삶에 안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노예무역이라는 자국의 치욕적인 역사적 죄악을 외면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신앙 양심에 따라 평생을 노예 해방 운동에 헌신했으며, 마침내 영국의 거대한 악의 사슬을 끊어냈다. 윌버포스의 삶은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자신의 신앙을 통해 민족의 역사에 개입하고, 어둠을 빛으로 바꾸는 일에 쓰임 받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엄한 예화다. 한국 교회 역시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며 이 땅의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고, 자유와 평화, 국민 통합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위해 기도하며 행동하는 예언자적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동시에 교회는 시선을 세계로 넓혀야 한다. 한기총이 멀리 베네수엘라의 지진 피해를 돕기로 한 결정은, 그리스도의 사랑이 지리적, 인종적 경계를 초월함을 보여주는 귀한 발걸음이다.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이웃은 바로 곁에도 있지만, 지구 반대편에서 재난으로 절망하는 이들 또한 우리가 끌어안아야 할 이웃이다. 주님께서 가르쳐주신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처럼, 강도 만난 자의 곁을 지나치지 않고 그의 상처를 싸매주는 것이 바로 교회의 마땅한 도리다. 세상의 고통에 무감각해진 교회는 더 이상 소금의 짠맛과 세상의 빛을 발할 수 없다.

결국 한국 교회는 한 손에는 민족의 역사를, 다른 한 손에는 세계의 눈물을 들고 하나님 앞에 나아가야 한다. 이 두 가지 사명은 분리될 수 없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이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갔을 때, 그들을 향해 이렇게 명령하셨다. 예레미야 29장 7절은 이를 명확히 증언한다. “너희는 내가 사로잡혀 가게 한 그 성읍의 평안을 구하고 그를 위하여 여호와께 기도하라 이는 그 성읍이 평안함으로 너희도 평안할 것임이라” 이 말씀은 하나님의 백성이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평안을 위해 기도하고 헌신해야 할 책임을 일깨운다. 우리가 속한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역사적 과제를 외면한 채 세계 선교를 외치는 것은 공허하며, 고통받는 세계의 이웃을 외면한 채 민족의 안위만을 구하는 것은 이기적인 신앙에 머무를 뿐이다. 광복의 감사와 세계를 향한 긍휼이 한국 교회의 기도 속에서 하나가 될 때, 우리는 비로소 이 땅과 열방을 향한 하나님의 온전한 뜻을 이루는 거룩한 공동체로 바로 설 수 있을 것이다.
기사 공유하기
Total 115건 (1 페이지)
사설 목록
기사 목록
게시물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