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제단 위에 미래를 세우라 > 사설 > 월드미션신문

팝업레이어 알림

팝업레이어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

HOME  >  오피니언  >  사설

기억의 제단 위에 미래를 세우라

월드미션신문 기자
작성일 2026-06-27 08:10

본문

유월의 하늘 아래, 한국교회는 약속이라도 한 듯 역사의 한 페이지를 펼쳐 들었다. 6.25 전쟁 76주년을 맞아 전국의 교회와 연합기관들은 일제히 추모 예배를 드리고, 격전지를 순례하며, 안보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는 단순히 과거의 한 사건을 기념하는 연례행사를 넘어, 망각의 파도에 맞서 역사의 진실과 신앙의 유산을 지키려는 거룩한 몸부림으로 다가온다.

오늘날 우리는 왜 이토록 처절하게 ‘기억’을 외쳐야 하는가. 그것은 기억이 곧 정체성이며, 미래를 여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고대 히브리인들에게 ‘기억하다’를 의미하는 단어 ‘자코르(זכור)’는 단순한 회상을 넘어선 신앙적 행위였다. 출애굽의 기적을 기억하는 것은 과거의 사건을 되새기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에도 살아 역사하시는 구원의 하나님을 고백하며 그분과의 언약을 새롭게 하는 거룩한 의식이었다. 그들에게 망각은 곧 배교였으며, 기억은 생존과 직결된 신앙의 본질이었다.

마찬가지로 한국교회에 6.25를 기억하는 행위는 이 땅을 향한 하나님의 구원 역사를 되새기는 ‘자코르’의 실천이다. 폐허 위에서 자유와 신앙의 터전을 지켜낸 순국선열의 피와 눈물을 기억하고, 공산주의라는 거대한 우상 앞에 목숨으로 신앙을 증명한 순교자들의 영성을 기억하는 것이다. 이 기억의 제단 위에서만이 우리는 비로소 우리가 누구이며,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분명히 깨달을 수 있다.

이러한 기억의 정신은 비단 국가적 현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오늘의 뉴스 지면은 교회의 내적 과제들 역시 ‘기억’의 회복을 요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자립 교회의 부흥을 위해 몸부림치는 운동(백석총회)은 초대교회가 가졌던 복음 전파의 뜨거운 열정을 기억할 때 동력을 얻는다. 독립교회의 영적 정체성을 논하는 포럼(WAIC)은 교회의 본질이 인간의 조직이나 제도에 있지 않고 오직 그리스도의 주권에 있음을 기억하려는 노력이다.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기독교적 대안을 모색하는 움직임(샬롬나비) 또한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의 존엄성을 기억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결국 한국교회는 이 시대를 향한 ‘기억의 공동체’로 부름받았다. 세상이 역사를 왜곡하고 진리를 상대화하며 편리한 망각 속으로 도피하려 할 때, 교회는 역사의 파수꾼이 되어 하나님의 행사를 선포하고 신앙의 유산을 전수해야 한다. ‘거룩한 방파제’란 바로 이러한 기억의 보루를 쌓아 올리는 영적 투쟁을 의미한다. 새로운 전략이나 시대적 유행이 교회의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 오직 변치 않는 하나님의 말씀과 역사 속에 새겨진 그분의 신실하심을 기억하고 붙들 때, 교회는 가장 강력한 미래를 열어갈 수 있다.

“곧 내가 여호와의 일들을 기억하며 주께서 옛적에 행하신 기이한 일을 기억하리이다 또 주의 모든 일을 작은 소리로 읊조리며 주의 행사를 낮은 소리로 되뇌리이다” (시 77:11-12). 이 시인의 고백이 오늘 한국교회 모든 성도의 기도가 되어, 굳건한 기억의 반석 위에 부흥의 내일을 세워가기를 소망한다.
기사 공유하기
Total 102건 (2 페이지)
사설 목록
기사 목록
게시물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