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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서 사명으로, 폐허 위에 세운 시대의 파수꾼

월드미션신문 기자
작성일 2026-06-24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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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의 달력은 한국 교회에 숙연한 성찰의 시간을 선사한다. 동족상잔의 비극이었던 6·25 전쟁을 상기하는 구국기도회가 전국 각지에서 열리고, 동시에 교계 여러 기관과 교회에서는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지도자를 세우는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이는 단순히 과거를 기념하는 연례행사와 조직의 인사를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폐허의 기억을 현재의 사명으로, 미래를 향한 책임으로 빚어내려는 한국 교회의 거룩한 몸부림이다.

전쟁의 상흔을 기억하는 행위는 과거의 시간에 매몰되기 위함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발 딛고 선 이 땅의 자유와 신앙의 유산이 얼마나 값비싼 희생 위에 세워졌는지를 온몸으로 확인하는 신성한 의식이다. 포화 속에서도 복음의 씨앗을 심고 눈물로 기도했던 신앙 선조들의 희생을 되새길 때, 비로소 오늘 우리가 누리는 평화와 번영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기억은 그래서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영적 좌표를 설정하는 기준점이 된다.

제2차 세계대전의 암운이 온 유럽을 뒤덮고 프랑스마저 함락되었던 1940년 6월, 영국은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외로운 섬으로 남았다. 이때 총리 윈스턴 처칠은 의회 연설을 통해 국민에게 안일한 낙관론이나 값싼 위로를 건네지 않았다. 대신 그는 영국의 유구한 역사와 자유를 향한 불굴의 정신을 소환했다. “우리는 해변에서 싸울 것이며, 상륙지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들판과 거리에서 싸울 것이며, 언덕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결코 항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의 외침은 과거의 기억을 현재의 용기로, 미래를 향한 책임감으로 승화시킨 위대한 리더십의 정수였다. 역사의 무게를 아는 지도자만이 시대의 거친 풍랑을 헤쳐나갈 지혜와 용기를 얻을 수 있음을 역사는 증명한다.

오늘날 민족복음화운동본부와 총회경목협의회, 그리고 각 지역 교회에서 새롭게 세워진 지도자들에게 요구되는 덕목이 바로 이것이다. 그들은 단순히 행정적 직분을 맡은 자들이 아니다. 그들은 처칠이 그러했듯, 6·25의 비극과 신앙 선배들의 순교적 희생이라는 역사의 토대 위에서 ‘시대를 분별’해야 할 영적 파수꾼으로 부름받았다. 충청 지역 지도자 세미나의 주제처럼, 이 시대가 던지는 복잡하고 교묘한 영적 도전이 무엇인지 명확히 인식하고, 교회가 나아갈 길을 성경적 통찰로 제시해야 할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기억은 반드시 사명으로 이어져야 한다. 6·25를 기념하는 우리의 기도와 새로운 리더십의 출범은 결국 ‘이 때를 위함’이라는 소명 의식으로 귀결되어야 마땅하다. 과거의 아픔을 딛고 기적적으로 일어선 한국 교회가 이제는 분열된 사회를 치유하고, 진리가 실종된 세상에 빛을 비추는 예언자적 사명을 온전히 감당해야 할 때다. 모르드개가 에스더에게 던졌던 준엄한 질문처럼, 하나님께서 우리를 오늘 이곳에 세우신 이유가 바로 이 시대를 위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때에 네가 만일 잠잠하여 말이 없으면 유다인은 다른 데로 말미암아 놓임과 구원을 얻으려니와 너와 네 아버지 집은 멸망하리라 네가 왕후의 자리를 얻은 것이 이 때를 위함이 아닌지 누가 알겠느냐 하니” (에스더 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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