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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갈의 정신, 연합의 그라운드에서 꽃피우다

월드미션신문 기자
작성일 2026-06-0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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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보훈의 달 6월, 역사의 강물 위에 세워진 오늘의 대한민국을 돌아보게 한다. 한국교회연합 천환 대표회장의 목회서신은 바로 이 시점에 한국 교회와 사회가 붙들어야 할 영적 좌표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제시했다. ‘길갈로 가서 나라를 새롭게 하자’는 사무엘의 외침은, 단순히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근원으로 돌아가 미래를 열자는 거룩한 부르심이다.

길갈은 단순한 지명이 아니다. 그곳은 이스라엘 백성이 요단강을 건넌 후 하나님의 기적을 기념하며 열두 돌을 세운 기억의 땅이요, 할례를 행하며 언약 백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재확인한 순종의 땅이며, 가나안 정복 전쟁을 시작한 사명의 땅이었다. 따라서 ‘영적 길갈’로 돌아가자는 외침은, 오늘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요 순국선열과 믿음의 선배들의 희생 위에 세워졌음을 잊지 말자는 기억의 촉구요, 세속화의 무뎌진 칼날을 말씀의 반석에 갈아 다시금 거룩한 백성으로 서자는 갱신의 다짐이다.

그러나 이러한 거룩한 기억과 갱신의 다짐이 공허한 구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함께’라는 연합의 그라운드가 필요하다. 마침 들려온 한국교회총연합의 ‘교단대항 목회자 축구대회’ 소식은 그래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서로 다른 교단의 유니폼을 입은 목회자들이 하나의 공을 향해 함께 뛰고 땀 흘리는 모습은, ‘길갈의 정신’이 어떻게 이 땅에 구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지만 소중한 예표다. 신학적 입장과 교단의 경계를 넘어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임을 확인하는 그라운드야말로, 우리가 함께 세워야 할 이 시대의 ‘작은 길갈’이다.

역사는 우리에게 위대한 과업이 어떻게 성취되는지를 보여준다. 18세기 말 영국, 노예무역이라는 시대의 암흑에 맞서 빛을 들었던 ‘클랩햄 공동체(Clapham Sect)’를 기억해야 한다. 성공회 복음주의자였던 윌리엄 윌버포스를 중심으로 모인 이들은 국회의원, 은행가, 변호사, 작가 등 각계각층의 인물들이었다. 배경도, 직업도 달랐지만 그들은 ‘노예제 폐지’라는 하나님의 거룩한 뜻 앞에서 하나의 팀이 되었다. 수십 년에 걸친 끈질긴 연합과 헌신 끝에, 그들은 마침내 인류 역사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노예무역 폐지법을 통과시켰다. 만약 그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개인적인 신앙에만 머물렀다면 불가능했을 위업이었다.

한국 교회는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길갈의 첫 마음을 회복해야 한다는 영적 요청과, 연합과 일치를 통해 거룩한 영향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시대적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다. 목회자 축구대회에서 보여준 연합의 정신이 일회성 행사에 그쳐서는 안 된다. 클랩햄 공동체처럼, 한국 교회가 교단의 벽을 넘어 사회의 아픔과 시대의 과제라는 거대한 그라운드 위에서 하나의 ‘거룩한 연합팀’으로 서야 한다. 길갈에서 확인한 언약 백성의 정체성을 가지고, 연합의 그라운드 위에서 함께 뛸 때, 비로소 나라도, 교회도 새롭게 되는 역사가 시작될 것이다.

성경은 기록한다. “사무엘이 백성에게 이르되 오라 우리가 길갈로 가서 나라를 새롭게 하자 하니라” (사무엘상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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