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 개정으로 가팔라진 해외 선교의 길, 한국교회 비상
171개국 1만 2천여 선교사 파송 한국교회, 연간 7~8천억 선교비에 최대 70% 증여세 부과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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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독교 선교 역사에 새로운 시련이 도래했다. 정부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개정(2월 27일 공포)으로 인해 해외 선교를 위해 헌금하는 성도들의 기부금과 교회가 지출하는 선교비 전반에 대한 세제 혜택이 사실상 전면 박탈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이에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와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지난 8월 7일 서울 영등포구 CTS 컨벤션홀에서 ‘해외선교비 관련 세법 개정 대응 공청회’를 개최하고 교계의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세법 개정의 발단은 한 이단 종교단체의 해외 자금 이전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세청이 당시 해당 단체의 해외 지부로 송금된 수십억 원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했으나, 지난해 대법원에서 과세 취소 판결이 최종 확정된 것이다. 문제는 과세 당국이 대법원이 판결문에서 인정한 ‘종교 목적 행위의 특수성과 해외 선교 사업의 공익적 성격’을 외면하고, 판결에 포함된 보충 의견만을 채택했다는 점이다.
한교총 세정대책위원장 김영근 회계사는 공청회에서 “대법원이 해외 선교비의 악용을 막기 위해 비과세 대상 공익법인을 국내 거주자에 한한다는 취지를 판례에 명시했음에도, 과세 당국은 이 보충 의견만을 골라 기획재정부에 건의하고 대통령령 개정을 강행했다”라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종교 사업의 범위가 ‘국내 거주자 또는 비영리 내국법인이 운영하는 사업’으로 제한되고, 기부금 세액공제 대상도 ‘국내 소재 단체’로 한정되면서 정상적인 해외 선교 활동까지 규제 대상이 되어버렸다.
개정된 세법의 파급 범위는 광범위하다. 국내 교회가 해외 지교회나 현지 선교법인, 비거주자인 선교사에게 송금하는 모든 형태의 선교비가 영향권에 들어간다. 선교사의 정기 사례비에서부터 시작해 선교 활동비, 현지 교회 운영비, 구제·의료·교육 사역비, 부동산 취득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선교비 지출이 과세 대상이 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중복 과세의 가능성이다. 성도가 특정 사역을 지정해 낸 헌금을 교회가 해외로 송금할 경우, 법리상 교회가 아닌 헌금을 낸 성도 개인이 증여세를 부담하게 될 수 있다. 김영근 위원장은 “주요 교단들이 해외 선교에 지출하는 연간 규모가 7,000억~8,000억 원인데, 여기에 최대 70%에 이르는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사실상 해외 선교비 관련 헌금이 들어오는 길과 나가는 길이 모두 막혀 선교 위축을 피할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교계의 공식 대응이 4개월여 늦어진 데에는 까닭이 있다. 2015년 종교인 과세 도입 당시 2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졌던 것과 달리, 이번 시행령은 사전 논의 없이 곧바로 공포되었기 때문이다. 김철훈 한교총 사무총장은 “명확한 법령 해석 없이 섣불리 대응할 경우 선교 현장에 오해와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지난 4개월여간 내부 대책 회의를 거치며 신중하게 대안을 마련해왔다”라고 설명했다. 그 사이 한교총은 기획재정부 세제실을 방문해 실무진과 면담하고, 신임 국무총리의 한교총 예방 시에도 교계의 긴급 요청사항을 전달했다.
공청회에서는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실무 대응책들이 권고되었다. 첫째, 선교사 정기 사례비를 종교인 소득으로 신고해 소득세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둘째, 정관에 ‘선교 활동비’ 항목을 신설해 필수 활동비에 합법적인 비과세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셋째, 대규모 해외 부동산 취득이나 구제 활동 지출 등 과세 관계가 불명확한 항목은 과세 기준이 확정될 때까지 보류하는 것이다.
다만 세무상 ‘비거주자’로 판정되는 선교사의 경우 종교인 소득신고 혜택을 받지 못해 사례비와 활동비 전액이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개별 사례마다 정밀한 법률 검토가 필수적임이 강조되었다.
교계는 이번 위기를 계기로 선교 방식 자체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성찰의 목소리도 제기했다. 강대흥 KWMA 사무총장은 “과거처럼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예배당이나 선교센터를 짓고 땅을 사는 프로젝트 중심의 선교를 지양해야 한다”라며 “현지 교회가 스스로 제자를 양육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동반자 선교’로 체질을 바꿔나가야만 한국교회가 건강하게 선교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결국 재정에 얽매이지 않고도 사역할 수 있는 진정한 선교의 실력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부 측은 현재 “종교계가 공익적 차원에서 구체적인 사후관리 개선안을 제시하면 검토하겠다”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교계는 이를 계기로 자체적인 사후관리 시스템 구축을 구상하고 있다. 한교총 중심의 공적 연합단체를 통해 선교사를 체계적으로 교육·등록하고, 현지 외교부나 영사관을 통한 종교단체 증명서 확보, 현지 법정 영수증 확보, 국내 전문가 검증 보고서 등을 필수 요건으로 제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교총은 이 같은 내용을 가톨릭과 불교 등 타 종교계와도 공유하며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간 합동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추진 중이며, 오는 11월 말을 시한으로 합리적인 제도 개선안 도출과 과세 유예 등의 성과를 끌어내기 위해 대정부 설득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결국 이번 세법 개정 논란은 ‘선교비에 세금을 매길 것인가’라는 단순한 찬반 문제가 아니다. 불법적인 해외 재산 이전과 편법적인 자금 유출은 엄격하게 차단하되, 정상적인 교회의 해외 선교 사역과 국제구호 활동이 세법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위축되지 않아야 한다는 균형의 문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정상적인 해외 선교 사업과 재산 은닉성 해외 송금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세부 기준을 마련하는 한편, 한국교회 역시 선교 재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제도적 장치를 갖춰야 한다.
현재 한국교회는 171개국에 1만 2,000여 명의 선교사를 파송하고 있으며, 선교지에서 교회 개척을 넘어 학교와 병원 설립, 교육과 의료, 빈곤층 지원, 재난구호, 난민 지원 등 광범위한 공익사업을 펼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