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신앙의 적용과 계승, 한국교회의 미래를 논하다
총회순교자기념선교회 학술세미나 개최…“케노시스”와 “신체화된 신앙”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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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 순교자기념선교회(회장 이승철 장로)가 지난 6월 26일 서울시 종로구 소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소강당에서 ‘순교신앙의 적용과 계승’을 주제로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윤광서 목사(총회 부회록서기)의 인도로 시작된 개회예배는 이영묵 장로(전국장로회연합회장)가 기도를, 이성우 장로(총회순교자기념선교회 동부지역지회장)가 성경봉독(사도행전 7:51-60)을 맡았다. 총회순교자기념선교회선교회 부회장 박선용 목사(청주가경교회)는 ‘순교자 스데반’을 주제로 말씀을 전했다. 박 목사는 스데반이 성령 충만과 지혜가 충만하며 사람들에게 칭찬받는 인물이었음을 강조하면서, 위기 속에서도 자신의 변명보다 복음 전도에 집중했던 스데반의 신앙을 조명했다. 또한 스데반이 돌에 맞아 순교할 때 천사의 모습으로 변하며 박해자들을 위해 기도했던 사실을 통해 순교의 본질이 “비폭력적 자발적 죽음의 수용”임을 설파했다. 예배는 김용일 목사(본 회 이북지역지회장)의 축도로 마무리됐으며, 총회순교자기념선교회선교회 회장 이승철 장로의 인사말씀이 이어졌다.
본격적인 세미나는 오전 11시부터 진행됐다. 최상도 목사(총회 사무총장)는 첫 번째 강의 “순교, 케노시스를 통한 자기희생적 사랑, 용서, 화해의 실천”에서 빌립보서 2장 6-8절의 “자기를 비운”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강조했다. 최 목사는 순교의 신학적 토대가 “케노시스(자기비움)”라고 설명하면서, 순교가 단순한 죽음이 아니라 “타자를 위한 자기희생적 사랑”과 “용서 선포”를 통한 “화해의 창출”임을 강조했다. 특히 초대교회 순교자들이 박해자들에게 저항이나 복수 없이 “그리스도를 본받아” 죽음을 맞이했던 역사를 조명하면서, 케노시스 없는 순교는 본질적으로 순교가 될 수 없음을 주장했다.
김정회 교수(서울장신대, 역사신학)의 두 번째 강의 “순교신앙이 한국교회 성장에 미친 영향 연구”에서는 한국교회가 순교신앙 위에서 성장해온 역사를 추적했다. 김 교수는 해방 공간에서 주기철, 손양원으로 상징되는 순교신앙이 교회 재건의 영적 토대가 됐고, 한국전쟁 당시 1,000명 이상의 개신교인들이 신앙을 지키기 위해 순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교회 성장학의 도입과 도시화에 따라 순교신앙이 쇠퇴했으며, 이것이 한국교회의 세속화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신앙 성장의 모델을 찾는 일보다 대형 교회를 모델로 한 교회 성장을 우선하고 있었던 것”이 문제라고 비판하며, 순교신앙의 회복이 한국교회 갱신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서가영 박사(장신대 기독교교육연구원 책임연구원)의 세 번째 강의 “순교신앙 전승을 위한 기독교 교육적 방안 연구”에서는 다음 세대에 순교신앙을 어떻게 전승할 것인가에 대한 교육적 접근을 제시했다. 서 박사는 데카르트의 이원론에 기반한 지식 중심의 교육이 “신앙과 삶의 분리”를 초래했다고 진단하면서, 메를로 퐁띠의 “몸 철학”과 넬슨의 “몸의 신학”을 토대로 “신체화된 신앙(Embodied Faith)”이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이는 순교신앙을 단순한 지식으로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몸과 삶으로 체험하고 실천하는 신앙 교육을 의미한다. 서 박사는 “경험적 학습, 습관 형성, 몸짓 만들기”를 통해 학습자가 순교신앙의 가치를 능동적으로 체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 강의는 김명구 교수(서울YMCA 월남 이상재 시민문화연구소장)의 “순교자 주기철 목사의 신학, 영성에 대한 재해석”이었다. 김 교수는 주기철을 단순히 “신사참배 거부 순교자”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1938년 의성농우회 사건으로의 검속을 분석하면서, 주기철이 개인 영혼 구원뿐 아니라 농촌 빈곤 문제 같은 사회적 과제에도 관심을 가졌던 “영미 복음주의자”였음을 강조했다. 또한 주기철이 최태용 계통의 신학을 이단으로 규정하면서도 설득과 회복의 가능성을 열어둔 “에큐메니칼적 교회관”을 가졌다고 평가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관계자들은 순교신앙의 회복이 한국교회의 당면 과제임에 동의했다. 이승철 회장은 개회사에서 “한국교회가 시간이 지날수록 세속화되고 있는 것이 우려”라며, “순교자들의 고결한 영혼의 소리를 듣고 한국교회를 다시 새롭게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총회순교자기념선교회는 올해 “용서와 사랑, 순교신앙의 시작입니다”를 사업 슬로건으로 순교·순직자 유자녀 장학금 지급, 순교 유적지 순례 프로그램 운영, 순교 사료 발굴 등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에는 순교신학연구소 개설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