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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성과 관계 회복, 한국 사회복지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한국관광대학교 전 총장 김성이 목사, 사회복지 패러다임 전환 강조

최고관리자 기자
작성일 2026-07-21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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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존엄성과 관계성이 미래 복지의 방향, 기독교 정신과의 접목 필요

70년 자광재단 새출발, 한국 사회복지 역사 재조명하며 교회의 사회적 책임 촉구


한국관광대학교 전 총장이자 현재 사회복지법인 자광재단 이사장으로 활동 중인 김성이 목사는 최근 인터뷰에서 한국 사회복지의 역사와 철학, 그리고 기독교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을 제시했다. 1946년생인 김 목사는 1969년 서울대학교 사회사업과를 졸업한 후 석사 과정을 거쳐 미국 유타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회복지 전문가다. 이명박 정부의 초대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을 역임했으며, 2015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관광대학교 제5대 총장으로 봉직했다. 또한 영락교회의 장로로서 기독교장교협의회(알기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목사 안수를 받았다.

김 목사는 현재 70주년을 맞은 자광재단의 새로운 출발을 강조하며, 이를 통해 한국 사회복지 역사의 재조명과 앞으로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자광재단은 6.25전쟁 직후인 1955년에 설립된 사회복지법인으로, 올해 7월 1일 기존의 이름에서 ‘나우리재단’으로 개칭했다. 이는 단순한 이름 변경이 아니라 사회복지 철학의 전환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김 목사는 “과거 70년간 우리는 물질적 생존에 포커스를 뒀다면, 이제는 개인의 존엄성과 관계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나’와 ‘우리’라는 단어 속에 담긴 개인과 공동체의 균형이 미래 복지의 키워드라는 취지다. 그에 따르면 현대 사회복지는 물질적 지원에만 집중하던 과거를 벗어나 개인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관계 속에서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

이러한 철학 변환은 정약용이 제시한 ‘이용후생(利用厚生)’의 개념과 맞닿아 있다. 김 목사는 “이용후생은 물질을 쓰는 것(利)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서비스를 활용한다는 의미의 ‘용(用)’과 삶을 두텁게 한다는 뜻의 ‘후생(厚生)’이 결합된 개념”이라며 “물질적, 정서적, 정신적 측면을 모두 포함한다”고 강조했다. 정약용이 강조한 실사구시(實事求是, 현장 실제에서 찾는다)와 이용후생이라는 두 개념이 현대 사회복지의 방향을 제시한다는 주장이다.

김 목사는 이러한 개념이 기독교 신앙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고 본다. 그는 “기독교의 이웃 사랑이라는 명제가 이용후생의 정신과 일맥상통한다”고 설명했다. 기독교는 하나님과의 관계, 이웃과의 관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이 관계 속에서 사랑도 있고 생명 존중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대 기독교 사회복지는 단순한 물질 지원을 넘어 관계 회복과 존엄성 회복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김 목사는 주장한다.

자광재단의 역사는 한국 사회복지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1953년 한국전쟁 직후 설립된 이 재단의 창립자 하상락 선생은 일제강점기 중앙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후 해방 후 미국의 미네소타 프로젝트를 통해 사회복지학을 배운 선구자였다. 서울대학교에 국내 최초의 국립대 사회복지학과를 설립한 주인공이 바로 하상락 교수인 것이다.

역사적으로 기독교 정신은 한국 사회복지 교육의 창립부터 함께했다. 이화여자대학교는 1947년 기독교사회사업학과를 개설하여 한국 사회복지 교육의 시발점이 되었다. 이는 한국 최초의 사회복지학과로서, 기독교 정신과 사회사업이 함께 시작되었음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사례다. 그 이후 중앙신학교(현 강남대학교)에서도 사회사업학과를 개설했으며, 1957년에는 서울대학교에 국립대 최초의 사회복지학과가 설립되었다.

미국의 미네소타대학과의 연계 프로젝트는 한국 사회복지의 현대화를 가져왔다. 김 목사는 “미국이 한국 재건을 위해 교육 분야에 투자하기로 결정했고, 사회복지 전문가 키드나이 교수가 한국 사회를 조사한 후 서울대학교에 사회사업학과를 세울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현장에서 일하던 세 명, 즉 하상락, 김학묵, 백근칠이 선발되어 미네소타 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거쳐 돌아왔고, 그중 하상락이 교수로 서울대학교에 발령받게 되었다. 이를 통해 한국 사회복지는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한 현대적 사회사업 모델을 정립하게 된 것이다.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김 목사가 추진한 ‘파랑새 보금자리 운동’은 이러한 철학의 실천 사례로 꼽힌다. 당시 이화여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그는 전국 사회복지대학과 복지관 13개 기관의 관장들을 모아 노숙자 돕기 운동을 전개했다. 김 목사는 “IMF를 국난으로 보고, 6.25 이후 낙동강 전선에서 방어했듯이 우리가 나라를 지키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각 기관의 관장들에게 동참을 호소했고, 각 기관마다 50만 원씩 모아 총 650만 원을 모금했다. 이를 바탕으로 서울역 일대에 있던 약 7~800명의 노숙자를 조사하고 지원하는 활동을 펼쳤다. 500명의 직원을 이끌고 현장에 나간 그들은 인터뷰 팀, 식사 제공 팀, 경비 팀으로 나뉘어 활동했다. 김 목사는 “당시 복지관 직원들이 현장을 보면서 의식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책임감 있는 사회복지 실천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이 운동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담배인삼공사 등에서 후원하게 되었다. 더욱 특이한 점은 노숙자 자녀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의 확대였다. 김 목사는 이화여대 대학원 학생들을 동원하여 노숙자 자녀들을 위해 영어와 수학을 가르치는 프로그램과 함께 1인 1기로 음악, 체육 등 기능을 가르쳤다. 겨울에는 속리산 유스호스텔에서 수영 교육을 제공했다. 당시 수영장 물이 땟국물처럼 되었다는 에피소드를 언급하며 웃음을 지었지만, 그 속에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기쁨을 느끼는 아이들의 모습에 대한 감동이 담겨 있었다.

현재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김 목사가 지적하는 것은 가정의 붕괴다. 그는 “과거에는 혼자 사는 것을 가구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현재 1인 가구가 40%에 육박하고 있다”며 “가족이 붕괴되는 것은 사회의 기초 단위가 무너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우려했다. 특히 부부 간 대화 상실, 자녀와의 단절, 스마트폰으로 인한 관계의 파괴 등을 구체적인 문제로 꼽았다.

김 목사가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으로 재직했던 경험도 이러한 통찰과 연결된다. 그는 “보건복지가족부라는 명칭에 ‘가족’이 들어간 것이 우연이 아니라 필연적 선택이었다”며 “가족 강화는 단순한 사회 현상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중요한 정책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여성부와 청소년보호위원회를 통합하여 보건복지가족부를 출범시킨 것도 이러한 철학의 반영이라고 본다.

생명 존중 사상의 붕괴도 중요한 과제로 언급했다. 김 목사는 “기독교의 핵심은 생명과 사랑이며, 특히 관계성이 중요한데 현재 창조질서가 훼손되고 있다”며 “동성애, 낙태, 그리고 가정의 중요성 상실 등이 기독교적 관점에서 봤을 때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인권만을 강조하면 자기 권리만 내세우게 되고 상대방을 해칠 수 있다”며 “오히려 존엄성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교회의 역할 변화를 주문했다. 김 목사는 “기독교가 한국에 들어올 때 미국의 엘리트 선교사들이 선진 문명을 함께 가져왔다”며 “당시 미국 선교사들은 보건, 위생, 교육, 의료 등을 통해 한국 사회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대 기독교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다. 그는 “지금 기독교가 사회에 무엇을 제시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교회가 단순한 예배 중심을 벗어나 사회와 함께하는 기관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변화의 방안으로 김 목사는 “충주에서 본 백인 서점(100명이 각각 서점을 운영하는 공유 서점)처럼 개인이 자신의 공간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방식이 교회 커뮤니티에도 적용될 수 있다”며 “교인들이 각자 자신의 구간을 관리하면서 개인의 존엄성을 존중받을 수 있는 구조로 변화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는 교회가 단순히 영적 가르침을 제공하는 장소가 아니라, 개인의 존엄성이 보장되고 관계가 회복되는 실제적인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그는 교회가 경제적 공동체 형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공동 구매 같은 경제 활동을 통해 기독교적 정신과 현실적 필요를 접목시킬 수 있다”며 “교회가 사회를 끌고 가는 용기 있는 기관이 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북한 선교에 대해서도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김 목사는 “통일이 올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통일이 왔다고 가정하고 준비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이미 남한에 3만 5000명의 탈북자가 있고, 중국의 조선족과 한족 선교사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한 뒤, 이들이 관광객 신분으로 북한에 접근하여 선교 활동을 펼치는 방식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김 목사는 “이러한 실질적 사역이 통일 이후를 대비한 영적, 물질적 토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북한 국내 지하 교회 지원을 위해 “빵 보내주기 운동”을 추진했던 경험을 공유하며, “비록 중간에 일부가 손실되더라도 우리의 진정한 마음이 담긴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영락교회 장로이자 대한민국ROTC기독장교연합회(알기연) 회원인 김 목사는 군부 경력과 신앙을 결합한 지도자상을 제시했다. 그는 “64세에 안수집사가 된 후 70대에 장로, 80세인 현재 목사 안수를 받았다”며 “각 단계에서 하나님의 인도를 경험했다”고 말했다. 특히 장로 선거 2주 전 꾼 꿈에서 정확히 10명의 당선자를 예시하고 자신이 7번째로 당선된 경험은 그의 신앙 깊이를 드러낸다.

알기연의 사회적 역할 강화를 주문하면서 김 목사는 “최근 금란교회의 시국선언을 지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이것이 더욱 광범위하고 체계적으로 확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창조질서 수호, 자유민주주의 확보, 교회의 각성”이 현시대의 세 가지 핵심 과제이며, “기독교 지도자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사회적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장교를 거쳐 사회에서 성공한 기독교인들이 창세기 3장 9절의 ‘내가 어디에 있느냐’라는 질문에 정직하게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하나님이 아담에게 던진 질문으로, 자신의 정체성과 책임을 깨닫도록 하는 본질적인 물음이다. 김 목사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어디 있는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를 잊어버렸다”며 “지금이야말로 그 질문에 정직하게 답할 때”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국가와 하나님 나라로부터 받은 은혜가 많은데 그것을 제대로 돌려드리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기독교인들이 사회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때”라고 결론지었다. 한국사회복지 현장에서 70년을 함께한 자광재단의 방향 전환과 그의 사회적 제언들은 한국 교회와 사회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용후생’에서 출발한 그의 철학적 성찰은 물질만능주의와 개인주의에 빠진 현대 한국 사회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개인의 존엄성과 관계의 회복, 가정의 강화, 생명 존중 사상의 부활, 그리고 교회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네 가지 키워드는 앞으로 한국 기독교가 추구해야 할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김 목사의 이러한 통찰과 제언이 한국 교회와 사회에서 널리 공감되고 실천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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